원화 스테이블 코인피클, 진짜 비극은 가격 하락이 아닙니다: 본질적 문제 3가지



원화 스테이블 코인에 투자하며 ‘안정’이라는 단어에 마음 놓고 계신가요? 코인 가격이 1,000원을 유지한다고 해서 정말 아무런 위험이 없는 걸까요? 얼마 전 수많은 투자자에게 악몽을 안겨준 테라·루나 사태를 떠올려보면, 우리가 ‘안정성’이라는 이름 아래 더 큰 위험을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격 하락보다 훨씬 본질적이고 치명적인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문제점들을 지금부터 하나씩 파헤쳐 보겠습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비극의 본질 3줄 요약

  • 준비금 증명 부재와 알고리즘의 허상으로 인해 페깅(가치 고정)이 붕괴될 위험이 상존합니다.
  • 아직 명확한 규제가 없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우며, 이는 자금세탁 등 불법 행위에 악용될 소지를 남깁니다.
  • 디파이(DeFi) 서비스의 높은 수익률에 가려진 스마트 컨트랙트 취약점과 해킹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습니다.

안정성이라는 환상 페깅과 준비금의 민낯

스테이블 코인의 존재 이유는 이름처럼 ‘가치 안정’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달러나 대한민국 원화 같은 법정화폐에 그 가치를 1:1로 고정(페깅)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이 약속이 깨지는 순간, 즉 디페깅(depegging)이 발생하는 순간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자산 시장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방아쇠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첫 번째 본질적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담보가 부실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스테이블 코인이 그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발행된 코인의 수량만큼 신뢰할 수 있는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 준비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 가장 직관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입니다. 발행한 코인과 동일한 가치의 현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을 은행에 예치합니다. USDT, USDC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의 핵심은 준비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투명하게 공개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정기적인 실사 보고서나 회계 감사를 통해 준비금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언제든 ‘뱅크런’과 유사한 ‘코인런’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 다른 암호화폐(이더리움, 비트코인 등)를 담보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합니다. 탈중앙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담보로 잡힌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담보 자산의 가치가 급락할 경우, 스테이블 코인의 페깅 또한 무너질 수 있습니다.
  •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특정 자산을 담보로 잡는 대신, 알고리즘을 통해 코인의 공급량을 조절하여 가치를 유지하려 시도합니다. 테라(UST)와 루나(LUNA)가 바로 이 방식을 채택했다가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는 대참사를 겪었습니다.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고 대규모 매도가 발생하자, 알고리즘은 가치 유지를 위해 루나를 무한정 발행했고 결국 두 코인 모두 가치가 0에 수렴하는 비극을 맞았습니다. 이 테라 루나 사태는 담보 없는 신뢰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어떤 방식이든, 그 가치를 뒷받침하는 담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언제든 디페깅의 위험을 안고 있는 모래성과 같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종류 장점 단점 주요 사례
법정화폐 담보 가장 안정적인 구조, 직관적인 이해 중앙화, 준비금 투명성 및 감사 요구 USDT, USDC, BUSD
암호화폐 담보 탈중앙성 유지, 블록체인 생태계 내 활용 담보 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 청산 위험 DAI
알고리즘 높은 자본 효율성, 완전한 탈중앙화 추구 구조적 취약성, 디페깅 및 뱅크런에 극도로 취약 UST (붕괴)

회색지대에 놓인 위험 규제라는 지뢰밭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가진 두 번째 문제는 바로 ‘규제의 불확실성’입니다. 현재 한국의 금융 당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명확하게 어떻게 규정하고 감독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법안을 완비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는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여러 가지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투자자

현재 국내에서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 자금세탁방지(AML) 및 신원확인(KYC) 의무가 부과되어 있습니다. 또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제정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포괄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가 준비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거나, 해킹으로 인해 자산을 도난당했을 경우 투자자들이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는 여전히 모호합니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같은 금융 규제 기관의 직접적인 감독 범위 밖에 있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이는 통화 정책의 안정성을 해치고, 자칫 자본 유출입 통로로 악용될 경우 금융 시스템 안정성 전체를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규제와 CBDC의 등장

문제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미국 재무부, 유럽연합(EU)의 MiCA 법안 등 글로벌 규제 환경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규제 동향은 국내 원화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한국은행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즉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CBDC가 발행되면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의 역할과 입지는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장기적인 존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디파이(DeFi)라는 양날의 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세 번째 문제는 탈중앙화 금융, 즉 디파이(DeFi)와의 관계 속에서 발생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변동성이 큰 다른 암호화폐들을 대신해 디파이 생태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합니다. 투자자들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디파이 서비스에 예치하거나 유동성 풀에 공급하여 높은 이자 수익(APY, APR)을 기대하는 ‘이자 농사(Yield Farming)’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이 높은 수익률의 이면에는 치명적인 위험이 숨어 있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 믿어도 될까

디파이의 모든 서비스, 예를 들어 예치, 담보 대출, 스왑 등은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미리 짜인 코드에 의해 자동으로 실행됩니다. 하지만 이 코드에 만약 취약점이나 오류가 존재한다면 해커의 공격 대상이 되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수많은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코드 취약점으로 인해 막대한 자금을 해킹당했으며, 한번 발생한 피해는 되돌리기 거의 불가능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보안 감사를 여러 차례 거쳤다고 하더라도 100%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투자자는 자신의 디지털 지갑과 개인키를 스스로 관리해야 하므로, 해킹의 책임 역시 온전히 개인에게 돌아갑니다.



달콤한 수익률의 함정

디파이 서비스가 제공하는 높은 수익률은 종종 투자자들이 본질적인 리스크를 간과하게 만듭니다. 특히 페어 예치와 같이 두 개의 다른 코인을 묶어 유동성을 공급하고 LP 토큰을 받는 방식은 ‘비영구적 손실(Impermanent Loss)’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또한, 특정 디파이 프로토콜에 문제가 생기거나 신뢰를 잃게 되면 해당 프로토콜에 예치된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코인런’이 발생하며, 이는 연쇄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디페깅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이 1,000원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그 이면에는 준비금의 투명성, 규제의 불확실성, 그리고 디파이 생태계의 기술적 위험이라는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투자에 앞서 백서와 로드맵을 꼼꼼히 살피고, 팀 구성원의 이력을 확인하며, 리스크 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진짜 비극은 단순한 가격 하락이 아니라, 이러한 본질적 위험을 외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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