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암호화폐 시장의 엄청난 변동성에 지쳐 ‘안정적인 코인은 없을까?’ 하고 고민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뉴스를 틀면 하루가 다르게 급등락하는 코인 소식에 ‘투자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헷갈리기만 합니다. 높은 수익률의 유혹에 이끌려 들어갔다가 자산이 반 토막 나는 경험을 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런 불안한 시장 상황 속에서 ‘1코인 = 1달러’라는 안정적인 가치를 내세우며 등장한 것이 바로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의 등대처럼,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피난처로 여겨지기도 하죠. 하지만 테라-루나 사태처럼 믿었던 스테이블 코인마저 한순간에 가치가 폭락하는 것을 보며 ‘정말 안전한 것이 맞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스테이블 코인을 사는 것이 과연 괜찮은 선택일까요?
스테이블 코인 매수 전 핵심 고려사항 3줄 요약
-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 안정성은 어떤 담보 자산으로 유지되는지, 준비금은 투명하게 공개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규제 동향을 파악하고, 내가 투자하려는 스테이블 코인이 규제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 단순 가치 저장 수단인지, 디파이(DeFi)를 통한 수익 창출인지, 나의 투자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스테이블 코인을 선택해야 합니다.
스테이블 코인, 변동성 시대의 새로운 대안일까?
스테이블 코인은 이름 그대로 ‘안정적인(Stable)’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입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그 가치를 연동(페깅, Pegging)시켜 1코인이 항상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가치 안정성 덕분에 스테이블 코인은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보이는 다른 암호화폐들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투자자들은 시장이 불안정할 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변동성 자산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교환하여 자산 가치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외 송금 시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빠르고 저렴한 거래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디파이(DeFi) 서비스에서 예치, 스테이킹, 렌딩(대출) 등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이자 수익을 얻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을 넘어 결제 수단, 디파이 생태계의 기축통화 역할까지 수행하며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1달러의 약속, 페깅과 디페깅의 세계
스테이블 코인의 핵심은 바로 ‘페깅’, 즉 가치 연동입니다. 1달러의 가치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스테이블 코인의 존재 이유이자 신뢰의 근간이 됩니다. 하지만 이 약속이 깨지는 ‘디페깅(De-pegging)’ 현상이 발생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었던 UST(테라)의 붕괴 사건입니다. UST는 자매 코인인 루나(LUNA)와의 알고리즘을 통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하려 했지만,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자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으며 대규모 디페깅이 발생했고, 결국 가치가 0에 수렴하는 비극을 맞았습니다. 이 사건은 스테이블 코인이라도 완벽한 안전자산은 아니며, 그 이면의 메커니즘과 리스크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매수 버튼 누르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3가지
그렇다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안전하게 스테이블 코인에 투자할 수 있을까요? 무작정 시가총액이 높다고, 혹은 유명하다고 해서 선택하기보다는 아래 세 가지 기준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려사항 1 어떤 담보로 가치를 유지하는가?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담보를 설정하는데, 이 담보의 종류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 방식의 특징과 대표적인 코인을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
가장 직관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으로 평가받습니다. 발행사는 발행한 코인 수량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법정화폐(주로 미국 달러)나 미국 국채와 같은 현금성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합니다. 이용자가 1 스테이블 코인을 상환 요청하면, 발행사는 보유한 1달러를 내어주는 방식입니다.
- USDT (테더): 가장 큰 시가총액과 유동성을 자랑하지만, 준비금의 구성 내역과 감사 보고서의 투명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받아왔습니다.
- USDC (서클): 미국 대형 금융 기업인 서클(Circle)이 발행하며, 정기적인 감사와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 PYUSD (페이팔): 글로벌 결제 기업 페이팔(PayPal)이 팍소스(Paxos)와 협력하여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높은 접근성을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은 발행 주체가 명확한 중앙화된 방식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신뢰도와 준비금 관리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기적으로 투명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
탈중앙성을 지향하는 방식으로, 이더리움과 같은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합니다. 담보 자산의 가격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보통 발행하려는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보다 더 많은 암호화폐를 담보로 잡는 ‘초과 담보’ 방식을 사용합니다.
- DAI (메이커다오): 대표적인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으로, 메이커다오(MakerDAO)라는 탈중앙화 자율 조직(DAO)에 의해 운영됩니다. 사용자는 이더리움 등 다양한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DAI를 빌릴 수 있습니다. 담보 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강제 청산될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암호화폐 담보 방식은 중앙화된 주체 없이 운영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담보로 잡힌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락할 경우 연쇄적인 청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별도의 담보 자산 없이,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코인의 공급량을 조절하여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려는 방식입니다. 가장 혁신적이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큰 방식으로 평가받습니다. 앞서 언급한 UST 붕괴 사태 이후, 순수 알고리즘 방식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크게 하락한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FRAX처럼 법정화폐 담보와 알고리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스테이블 코인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고려사항 2 규제의 바람은 어디로 부는가?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각국 정부와 금융 당국의 규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유럽의 암호화폐 규제 법안인 MiCA, 한국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의 준비금 요건, 투명성 의무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제도(KYC)는 이제 기본적인 요구사항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규제 환경에 잘 적응하고,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투자하려는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가 규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려사항 3 나의 투자 목표와 리스크 감수 수준은?
마지막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왜 사용하려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투자 목적에 따라 적합한 스테이블 코인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투자 목표 | 설명 | 고려할 점 |
|---|---|---|
| 단순 가치 저장 (안전자산) |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을 피해 잠시 자산을 보관하려는 목적.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분산 투자 수단. | 준비금이 투명하고 규제를 준수하는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 코인 (예: USDC)이 상대적으로 적합할 수 있습니다. |
| 디파이(DeFi) 활용 | 이자 농사, 유동성 공급, 렌딩 등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려는 목적. | 탈중앙성이 보장되고 다양한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널리 사용되는 스테이블 코인 (예: DAI)이 유리할 수 있으나, 스마트 컨트랙트 리스크 등을 감수해야 합니다. |
| 해외 송금 및 결제 | 기존 금융 시스템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국경 간 거래를 하려는 목적. | 거래 수수료가 저렴하고, 원하는 거래소나 지갑에서 지원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레이어2 솔루션을 지원하는 스테이블 코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
| 차익거래 | 거래소 간 가격 차이, 혹은 김치 프리미엄 등을 활용한 단기 매매 목적. | 유동성이 풍부하고 여러 거래소에 상장된 스테이블 코인 (예: USDT)이 거래에 용이합니다. |
자신의 투자 성향과 리스크 감수 수준을 고려하여, 중앙화된 스테이블 코인의 안정성을 택할지, 혹은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이 제공하는 새로운 금융 기회를 탐색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모든 자산을 하나의 스테이블 코인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종류로 분산 투자하여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