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손가락을 찔러야 하는 번거로움, 이젠 정말 지겹지 않으신가요? 최근 주변에서 소위 ‘붙이는 혈당 측정기’라고 불리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관심이 생기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선뜻 구매하기는 망설여집니다. 채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과연 비싼 돈을 주고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나에게 꼭 필요한 선택일지 고민이 깊어지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무조건 비싼 최신 기기가 혈당 관리의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3줄 정리
- 전통적인 자가혈당측정기는 저렴하고 사용법이 간단하지만, 측정하는 그 순간의 혈당만 알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 연속혈당측정기(CGM)는 피부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혈당 변화의 흐름과 패턴을 파악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혈당 관리가 가능하게 합니다.
- 모든 사람에게 고가의 연속혈당측정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개인의 건강 상태, 당뇨 유형, 생활 습관, 그리고 경제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신에게 맞는 혈당 측정기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손가락 끝의 익숙한 고통, 자가혈당측정의 현실
당뇨병 관리에 있어 혈당 측정은 식단, 운동과 더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꾸준한 혈당 측정과 기록은 자신의 생활 습관이 혈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혈당계’라고 부르는 자가혈당측정기(BGM, Blood Glucose Monitoring)는 이러한 혈당 관리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입니다.
전통적인 혈당 측정 방법
자가혈당측정은 ‘란셋’이라 불리는 작은 채혈침으로 손가락 끝을 찔러 혈액을 채취한 후, 이 혈액을 검사지에 묻혀 혈당 수치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는 혈당계 본체, 검사지(시험지), 채혈침(란셋), 채혈기, 그리고 소독을 위한 알코올 솜 등이 필요합니다. 측정이 비교적 간단하고 즉각적으로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매번 손가락을 찔러야 하는 통증과 번거로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가혈당측정기의 장점과 단점
가정용 혈당 측정기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비용입니다. 기기 자체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유지에 필요한 소모품 비용 부담도 적은 편입니다. 또한, 혈액을 직접 검사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채혈이 필요한 경우, 반복되는 통증은 혈당 측정을 소홀히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자가혈당측정은 특정 시점의 혈당 수치, 즉 ‘점’의 정보만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식사나 운동 후 혈당이 어떻게 변하는지, 잠자는 동안 저혈당은 없는지 등 혈당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구분 | 자가혈당측정기 (BG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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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 방식 | 손가락 끝 모세혈관의 혈액을 직접 채혈하여 측정 |
장점 | – 기기 및 소모품 비용이 저렴 – 혈액 직접 측정으로 높은 정확도 – 사용법이 비교적 간단함 |
단점 | – 매번 채혈에 따른 통증과 번거로움- 특정 시점의 혈당만 확인 가능 (혈당 흐름 파악 불가) – 야간 저혈당이나 식후 고혈당(혈당 스파이크) 발견 어려움 |
새로운 혈당 관리의 시대, 연속혈당측정기(CGM)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연속혈당측정기(CGM,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가 새로운 혈당 관리 도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몸에 작은 센서를 부착하기만 하면 하루 24시간, 잠자는 동안에도 자동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기록해주어 당뇨인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의 작동 원리
연속혈당측정기는 팔이나 복부 등 피하지방이 있는 부위에 동전 크기만 한 센서를 부착하여 작동합니다. 센서에 달린 아주 작은 필라멘트(바늘)가 피부 아래에 삽입되어 혈액이 아닌 세포 사이의 액체, 즉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합니다. 측정된 데이터는 5분 등 일정한 간격으로 스마트폰 앱으로 자동 전송되어,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실시간 혈당 수치와 변화 그래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속혈당측정기 제품들
현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대표적인 연속혈당측정기로는 애보트(Abbott)의 ‘프리스타일 리브레(FreeStyle Libre)’, 덱스콤(Dexcom)의 ‘덱스콤 G6’, 그리고 메드트로닉(Medtronic)의 ‘가디언(Guardian)’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인 아이센스의 ‘케어센스 에어’도 출시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각 제품은 센서 사용 기간, 스마트폰 연동 방식, 저혈당/고혈당 경고 기능 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본인의 생활 패턴과 필요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CGM이 보여주는 데이터의 힘 혈당 변동성 파악
연속혈당측정기의 가장 큰 강점은 혈당의 ‘변동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자가혈당측정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식후 혈당 스파이크, 야간 저혈당, 새벽 현상 등의 혈당 패턴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지, 운동이 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할 수 있어 훨씬 체계적인 혈당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이는 당화혈색소 수치를 개선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나에게 정말 연속혈당측정기가 필요할까
채혈의 고통을 없애주고 혈당 패턴 분석까지 해주는 연속혈당측정기, 모든 당뇨인에게 필수적일까요? 답은 ‘아니오’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과한 투자일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CGM 사용이 강력하게 권장되는 경우
- 1형 당뇨: 인슐린 의존도가 절대적인 1형 당뇨 환자에게 CGM은 저혈당 쇼크와 같은 응급 상황을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에서도 1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연속혈당측정기 구매 비용에 대한 보험 급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저혈당 무감지증 환자: 저혈당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경우, CGM의 저혈당 경고 알람 기능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잦은 저혈당 또는 심한 혈당 변동성을 겪는 2형 당뇨: 혈당 조절이 어렵고 혈당 변동이 심한 2형 당뇨 환자도 CGM을 통해 혈당 패턴을 파악하고 약물이나 생활 습관을 조절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 임신성 당뇨: 임신 중에는 철저한 혈당 관리가 태아와 산모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므로, CGM을 통한 정밀한 모니터링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가혈당측정기로 충분할 수 있는 경우
반면, 당뇨 전단계이거나 약물 없이 식단과 운동만으로 혈당 조절이 잘 되는 초기 2형 당뇨 환자의 경우, 매일 여러 번 혈당을 잴 필요가 없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공복 혈당과 식후 2시간 혈당 등 특정 시간대에 자가혈당측정기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관리가 가능합니다. 비싼 연속혈당측정기 대신, 꾸준한 자가혈당측정 습관을 들이고 혈당 일지를 작성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혈당 측정기 현명하게 선택하는 법
혈당 측정기를 선택할 때는 단순히 가격이나 최신 기능만을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정확도, 사용 편의성, 그리고 가장 중요한 유지 비용까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정확도와 오차 범위 확인은 필수
혈당 측정기는 의료기기이므로 정확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품을 선택할 때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정확도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정확한 혈당 측정을 위해서는 검사지(시험지)의 유효기간을 지키고, 올바른 방법으로 채혈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손을 씻은 후 완전히 말리고, 채혈 시 손가락을 너무 세게 짜지 않아야 오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사용 편의성과 부가 기능
최근 출시되는 혈당 측정기들은 블루투스 연동 기능을 통해 측정 결과를 스마트폰 앱에 자동으로 기록하고 분석해주는 등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데이터 전송 및 관리 어플 기능은 혈당 패턴을 파악하고 의료진과의 상담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의 경우, 센서 부착의 편의성이나 통증, 방수 기능 등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유지 비용과 보험 급여 혜택
혈당 측정기는 기기 구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검사지, 채혈침, 센서 등 소모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기 가격뿐만 아니라 소모품의 가격, 즉 유지 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1형 당뇨 환자의 경우 연속혈당측정기 소모품에 대한 요양비(보험 급여) 지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병원 내분비내과 등에서 상담하여 지원 대상 여부와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2형 당뇨의 경우에도 일부 소모품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므로 관련 정책을 알아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