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진료과|치료 후에도 통증이 남았다면 가야 할 곳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 옷깃만 스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고통. 대상포진의 기억은 많은 사람에게 끔찍한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피부 발진과 물집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도 끈질기게 남는 신경통입니다.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왜 통증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요? 이제 어디로 가야 이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대상포진 통증, 길을 잃으셨나요?

  • 대상포진 초기에는 피부 발진과 수포가 특징이므로 피부과를, 극심한 통증이 먼저 나타났다면 통증의학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얼굴, 눈, 귀처럼 특수한 부위에 대상포진이 발생했다면 시력이나 청력 손실, 안면마비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막기 위해 반드시 안과, 이비인후과와의 협진이 필요합니다.
  • 치료 후에도 만성적인 신경통이 남았다면, 이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 하며 마취통증의학과나 신경과에서 전문적인 통증 관리를 받아야 삶의 질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 그 정체는 무엇일까요?

대상포진은 단순히 피부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 아닙니다. 우리 몸속에 숨어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며 발생하는 신경 질환이죠. 어린 시절 수두를 앓고 나면 이 바이러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우리 몸의 신경절이라는 곳에 잠복합니다. 그러다 과로, 스트레스, 노화 등으로 인해 우리 몸의 면역력이 저하되면 바이러스가 다시 깨어나 신경을 따라 이동하며 염증과 손상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바로 대상포진입니다.



초기에는 감기 몸살처럼 오한, 발열, 권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다가, 특정 신경이 지배하는 피부 영역(피부 분절)을 따라 띠 모양의 편측성 발진과 물집(수포)이 생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과정에서 타는 듯한 통증, 찌르는 통증, 가려움, 감각이상 등 극심한 고통이 동반됩니다.



골든타임 72시간, 어느 병원으로 달려가야 할까?

대상포진 치료의 핵심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피부 발진이 나타난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해야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고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여 대상포진 후 신경통과 같은 끔찍한 합병증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우리는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할까요?

피부 발진과 수포가 보인다면? 정답은 피부과

몸의 한쪽에 띠 모양으로 붉은 발진과 물집이 나타났다면,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피부과입니다. 피부과는 대상포진의 특징적인 피부 병변을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고, 즉시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통해 초기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최적의 진료과입니다.



극심한 통증이 먼저 시작됐다면? 통증의학과

때로는 피부 발진보다 통증이 먼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극심한 편측성 통증으로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를 전전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피부 증상 없이 특정 부위에 찌르는 듯한 급성 통증이 나타난다면 통증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를 방문해볼 것을 권장합니다. 통증의학과에서는 신경차단술과 같은 적극적인 통증 치료를 통해 급성기 통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의 진행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내과, 가정의학과도 괜찮을까?

물론입니다. 접근성이 좋은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도 대상포진의 진단과 초기 치료가 가능합니다. 감기 몸살과 유사한 초기 증상으로 내과를 찾는 경우가 많으며, 이곳에서 대상포진으로 진단받고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후 증상의 경과나 합병증 발생 여부에 따라 전문 진료과로의 협진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특수 부위에 나타난 대상포진, 협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

대상포진은 몸통이나 팔, 다리뿐만 아니라 얼굴, 눈, 귀 등 매우 위험한 부위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각별한 주의와 함께 신속한 협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눈 대상포진, 실명까지 이를 수 있어요 (안과)

만약 대상포진이 눈 주변이나 코끝에 발생했다면, 이는 안구 침범의 강력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시신경을 손상시키면 각막염, 포도막염 등을 유발하여 시력 저하,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매우 응급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얼굴에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피부 증상이 없더라도 즉시 안과 진료를 병행해야 합니다.

귀 대상포진과 안면마비, 람세이헌트 증후군 (이비인후과)

귀 주변에 대상포진이 발생하면서 안면마비, 이명, 청력 저하,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람세이헌트 증후군’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안면신경과 청신경을 침범하여 발생하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신속한 이비인후과 진료와 집중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안면마비나 청력 손실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치료 후에도 계속되는 고통, 대상포진 후 신경통

피부의 물집은 사라졌지만, 고통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상포진을 앓았던 부위에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지속되는 만성 통증을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PHN)’이라고 합니다. 이는 바이러스가 신경 자체를 손상시켰기 때문에 발생하는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옷깃만 스쳐도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질통)이나 타는 듯한 화끈거림, 찌르는 통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만성 통증은 불면증, 우울증까지 유발하여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립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통증을 조절하여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삼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진료과의 통합적인 접근이 중요합니다.

진료과 주요 치료 접근 방식 이런 경우 추천해요
마취통증의학과 신경차단술, 박동성 고주파, 신경자극술 등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에 직접 약물을 주입하거나 시술을 통해 통증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적극적인 비수술 치료를 시행합니다. 약물치료의 효과가 부족하거나, 극심한 통증으로 빠른 효과를 보고 싶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신경과 신경계 손상에 대한 전문적인 진단을 바탕으로 항경련제, 항우울제 등 신경병증성 통증 조절에 효과적인 약물치료를 중심으로 치료 계획을 세웁니다. 약물 조절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통증 관리를 원하거나, 다른 신경학적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추천됩니다.
재활의학과 통증으로 인해 위축된 근육과 관절의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고 일상생활 복귀를 돕습니다. 만성 통증으로 인해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게 약물/시술 치료와 병행하면 효과적입니다.

대상포진, 예방이 최선의 치료

대상포진의 고통을 겪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입니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휴식을 통해 면역력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바로 예방접종입니다.



특히 50대 이상의 성인이나 면역억제자,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자는 대상포진 발병 및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행할 위험이 높으므로 예방접종이 적극 권장됩니다. 최근에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습관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20대, 30대의 젊은층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조스타박스’와 같은 생백신과 ‘싱그릭스’와 같은 사백신(유전자 재조합 백신) 두 종류의 백신 접종이 가능합니다. 싱그릭스는 2회 접종으로 번거롭지만 예방 효과가 더 높고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백신이 적합할지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연령을 고려하여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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